스토리

[공제회, 왜 가입하셨어요? ⑤] “예술인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해요” 그림 작가 '김목요'

“예술인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해요”
[공제회, 왜 가입하셨어요? ⑤] 프리랜서 회원, 그림 작가 김목요 님을 만나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당신, 가까이에서 고충을 나눌 동료의 존재가 아쉬운 적 없었나요? 4대보험료를 절반씩 꼬박꼬박 지원받는 직장인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은? 다른 프리랜서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내가 지금 일하는 방식이 맞는 지 궁금했던 적은 없나요? 홀로 일하는 외로움과 어려움에 '느슨한 연대'를 꿈꿨다면, 여기에 가장 가까운 대안이 있습니다. 직장에 소속되지 않은 플랫폼과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하 공제회) 이야기입니다. 공제회는 프리랜서들이 모임 구심점이 되어, 일을 하면서 필요한 법률 상담, 금융 지원, 건강검진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합니다. 공제회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를 만나서 물었습니다.


어떻게 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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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 @kimmokyo.  김목요 작가 링크트리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그림 작가 김목요입니다. 그림책 『바다의 얼굴들』을 쓰고 그렸어요. 앨범 커버, 삽화, 영화 포스터, 패키지 일러스트 등 제 그림이 가지고 있는 정적이고 부드러운 느낌과 어우러지는 작업들을 주로 하고 있어요. 김목요라는 이름은 직접 지은 활동명이에요. 나무 목(木)에 빛날 요(曜)를 써서 목요인데요. ‘목요일’의 그 목요와 같습니다. 평소에 나무를 보며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꿋꿋이 버티며 햇볕을 향해 가지를 뻗어나가는 모습을 닮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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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요 작가의 첫 그림책  『바다의 얼굴들』


서른이 넘어 그림책 학교에서 처음 그림을 배웠다고요. 그림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영상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전공에 맞춰 직장을 다녔어요. 유희왕 카드의 일본어를 한글로 바꾸거나,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의 편성을 홍보하는 영상을 만들었어요. 그림과는 거리가 있는 일이었지만 늘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틈틈이 혼자 끄적거렸어요. 회사를 그만둔 후에는 플리마켓에 나가 직접 그린 그림 엽서를 판매하며 생활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어느 순간 길을 잃은 것처럼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답답하고 발전 없는 시간에서 좀 나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래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그림책 학교에 입학하고 그림을 배우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바다의 얼굴들』은 어떤 작품인가요? 

묻어두고 있던 과거의 기억과 감정들을 다시 꺼내어 마주하고, 힘겹지만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누군가 혹은 모든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독자분들 중에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눈물이 났다고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저 또한 작업을 할 때 제 경험을 떠올리며 많이 울었어요. 나중에는 힘들어서 눈물이 쏙 들어갔지만요(웃음).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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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요 작가의 첫 그림책  『바다의 얼굴들』 내지 이미지 

연필을 활용한 섬세한 그림이 인상적이에요. 김목요님의 작업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대상이나 주제, 표현 방식 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흑백 작업을 주로 하다 보니 그런지 모르겠는데, 어떤 대상이 그림이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것의 밝음과 어둠을 파악하게 돼요. 여러 장 그릴 인내심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애정이 가는 대상을 주로 그리게 되고요. 연필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선을 곱게 여러 겹 겹쳐 선이 아닌 면으로 드러나도록 그리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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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그림 작업을 하는 김목요 작가의 모습


프리랜서 예술가로 사는 삶은 어떠한가요? 만족감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이며, 반대로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도 듣고 싶어요.

평일 낮에 전시나 영화를 보러 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점인 것 같아요. 쉬는 시간을 내 컨디션에 맞게 자유로이 조절할 수도 있고요.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수입이 일정치 않아 불안하다는 거죠. 시간을 자유로이 설정할 수 있는 만큼 해이해지기도 쉽다는 점도 있겠네요. 또, 세금 신고 시기가 오면 매년 머릿속이 하얘진다는 점도요.

한국플랫폼 프리랜서 노동공제회는 어떻게 가입하게 되셨나요?  

한 팟캐스트에서 <프리낫프리> 이다혜님이 출연해 공제회를 소개해 주시는 것을 듣고 가입하게 되었어요. 다양한 지원이 있어서 만족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공제회를 통해 건강검진을 예약했는데, 처음으로 위내시경을 받아보는 거라 긴장하고 있어요. 따로 알아봤을 때는 좀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는데 공제회 덕분에 적은 추가금을 지불하고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목돈마련 응원금 지원사업도 냉큼 신청해 적금을 붓고 있고요. 응원금 받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워커스 카페에서 제공하는 세금신고 동영상 강의도 도움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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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요 작가가 자신의 SNS에 계정에 올려 화제가 된 프리랜서 노동 공제회 홍보글. 현재 건강검진 신청은 마감되었다.


트위터(현 X)에 공제회의 혜택을 쓰신 글이 화제가 되었어요. 그만큼 프리랜서에 대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텐데요. 반응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제가 공제회에 가입하면서 얻게 된 혜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올렸는데, 많은 분의 반응에 저도 놀랐답니다. 글을 보고 바로 공제회에 가입했다는 분, 목돈마련 지원사업을 신청해 적금을 들고 있다는 분, 친구를 태그해 ‘너에게 필요한 거다’라고 알려주는 다정한 분도 있었어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지원을 필요로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창작 프리랜서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자기 작업을 하려면 어떤 지원이나 시스템이 더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주거나 생활이 불안정하면 자기 작업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창작과 상관없는 일을 겸하는 프리랜서분들도 많죠. 그 경험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돈벌이는 숭고하니까요), 예술인들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꿈꾸듯 생각해 봅니다. 삶을 더 풍요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예술의 가치를 사회가 좀 더 인정해주면 좋겠어요. 저는 예술가분들 덕분에 마음을 다잡으며 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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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시선과 표현 방식이 돋보이는 김목요 그림 작가의 작업물들


앞으로의 작업 계획과 바람도 들려주세요.

올겨울에는 독립출판으로 그림책 한 권을 만들어 북페어에서 소개할 예정이에요. 연말에는 전시도 할 계획이고요. 매년 한 권의 책과 그림 달력을 만들고, 한 번의 전시를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것만으로도 1년이 꽉 찰 것 같네요.

저는 나만 이상한 것 같고, 잘 못하는 것 같고, 망한 것 같다고 느끼는 분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저도 그런 사람이라서요. 또 제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릴 수 있는 최선의 모양으로 잘 꺼내놓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공제회에 가입하지 않은 프리랜서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아무런 보호막이 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공제회에 가입하면서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느낌입니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움을 청할 곳이 생긴 것 같아 좋아요. 많은 분들이 가입해 함께 해주시면 앞으로 더욱 다양한 지원과 교육프로그램이 생겨나지 않을까요?


Instagram @kimmokyo.   김목요 작가 링크트리


글. 박의나(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회원. 프리랜서 에디터)
편집. 이다혜(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회원. 프리랜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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